20세기와 21세기 삶의 차이 중에 하나 아주 분명한 것이 있다.

20세기말 세계,  사람들은 디지털화의 시대를 살았다. 물리적 매체에 담겨 있던 사진이나 음악, 문서 등 각종 자료(contents)를 각종 디지털 매체에 담고자 했다.

지금 돌아보면 20세기말 디지털 표준의 혼란은 우리에게 많은 댓가를 치르게 했다. 
기업은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책사들처럼 각각의 표준과 방법을 제시했다. 결과는 소비자만 봉이다.

예를 들면 레이저디스크 기억하시는가? 요즘 그것 돌리시는 분 있으신가? 혹시 DAT 테이프는 요즘 어디 있을까? 내 기억에 그 기계나 매체의 값은 그다지 저렴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글마저도 표준의 혼란 때문에 우리는 가끔 과거의 한글 자료를 정리할 때 변환을 해야하는 상황을 만난다. 


책사의 입방정에 죽어나간 전국시대의 수많은 양민 마냥,  20세기말 매체의 무덤이 무수하게 만들어진 후에야 소비자에게 전달 비용이 가장 저렴한 매체가 승기를 잡았다.


또한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작게'의 경쟁이 시작됐다. 이 경쟁에서 90년대 초반의 승자는 CD였다. 그러나 승기를 오래 잡지는 못했다. 영상매체는 DVD로 다시 블루레이로 진화했다. 더 많은 내용이 한 장에 더 고화질로 압축되는 발전을 보여왔다.


또한 각종 디지털 자료를 생산하는 도구들도 마찬가지로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작게' 등장했다가 진화하거나 사라졌다.


초기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 보신 분 있는가?  1995년에 0.83메가픽셀에 최대 756 x 504 픽셀 출력이 가능한 코닥 D40라는 제품은 내가 처음 썼던 디지털 카메라다. 겨울이면 배터리가 툭하면 하직해서 아주 짜증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DSLR이 있지만, 특별한 일 아니면 아이폰으로 찰칵.


이러한 디지털 자료 생산도구가 일반화되고, 이전 매체의 디지털화나 도태 또는 동반성장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자료가 직접 전달되는 시장이 형성됐다. 그 중심에는 초고속인터넷이 있다. 매체가 가지는 물리적인 제한을 초고속 인터넷을 장대삼아 어느 정도는 넘은 것이다.


앱은 앱스토어에서, 음악과 전자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원하는 영화는 동영상 제공 웹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용한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전달 비용이 가장 저렴한 매체보다 전달 비용이 없어 보이는 서비스가 대세다.


'전달비용이 없어보인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는 공짜 컨텐츠가 널려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전기료와 인터넷 사용료를 부담하며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내용을 생산한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을 뿐, 어떤 내용을 이용하는 비용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한달에 CD 몇 장과 잡지 몇 권 사서 읽는 비용이나 인터넷 이용료+통신료가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더 생각해보면 인터넷 때문에 혹시 시간 낭비를 더 많이 하고 있지는 않은가? 불필요한 감정의 과잉이나 눈의 혹사 등.


그리고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21세기초 세계, 혹은 사람들은 디지털의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원본을 출력하는데 비용을 들이거나, 물질화 되지 않은 디지털 자료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달리 얘기하자면...


20세기 초, 각종 책이나 사진, 음반 등 매체를 모아놓고 으스댄 사람들은 이제 매체에서 풀려나와 디지털화된 그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자랑하고 있다.


그 다음은 그럼 어떤 세상일까? 다음 번에 얘기하자.

대충 매체가 밀려난 세상을 서비스와 내용이 차지한다는 얘기를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난 이 글에서 과거의 매체가 다 죽었다는 어설픈 사형선고를 내리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 중에 하나가 디지털이 과거의 매체를 완전히 구축했다고 보는 점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디지털도 인간을 연결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 전부가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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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ube30.tistory.com BlogIcon k-park 2012.04.20 19:05 신고

    디지털매체의 단점은 쉽게얻고 쉽게 잃는것에 있죠
    하드디스크나 광학미디어 데이터가 얼마나 잘깨지는지 알면
    옛날 종이매체의 위대함을 알수있습니다
    정말위대한건 바위지요 (광개토대왕비)

    • Favicon of http://myubuntu.tistory.com BlogIcon Mike Sierra 2012.04.21 09:20 신고

      맞습니다. 자료의 휘발성은 디지털 매체의 가장 큰 약점이지요. 옛 사람의 기록 열정도 위대하구요.
      다만 저는 디지털 매체의 발전을 계속 끌어나가고 있는 현대인의 노력도 참 경이롭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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