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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가 사는 단풍나라로 온 서류 중 80%는 내용 주변에 상자를 두르고 있습니다.

아마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그런 상자를 두른 서식을 써서 외부로 발송하나 봅니다.

(약 10%는, 한국 관공서에서는 여전히 HWP형식으로 서류를 보내줍니다. HWP사랑이 나라사랑인가 보지요?)


북미주 서류에는 99% 그렇게 상자를 친 서식은 없습니다.

상자가 들어가는 부분은 주로 표를 넣거나 할 때인데. 그나마 표를 상자로 감싸는 편집도 잘 안합니다.

서류에 상자를 쓸 때는 오로지 상대가 뭔가 채워넣어야 할 양식일 때만 씁니다. 채워넣어야 할 곳을 구분해주기 위해서이지요.

좌측은 한국 이력서, 우측은 일반적인 영문 이력서. 한국 이력서를 단순히 영어로 번역한 '영문 이력서'로는 북미에서 취업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물론 문화 차이이고 시각의 차이로 볼 수 있지만, 업무 효율성 기준에서 봤을 때 저는 북미주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별 이유없는 상자만 치지 않아도 인쇄비용을 아주 사소하게나마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극소의 절약은 개인 차원에서는 별의미가 없겠지만, 전체를 보면 큰 변화를 만듭니다. 4000만이 하루 0.1원씩만 절감해도 400만원이 모입니다.


미적으로도 일단 종이가 하나의 직사각인데, 그 종이 안에 또 사각을 친다는 것은 상당히 답답한 느낌을 줍니다.


버릇처럼 그려지는 상자의 정체를 추적해보면, 사실 가로쓰기에는 상자가 별로 필요없습니다.

세로쓰기를 많이 하는 문자나 상자나 줄이 필요하죠. 한자 문화권은 세로쓰기를 많이했고,특히 오른쪽부터 세로쓰기(右縱書)가 기본이었습니다. -세로쓰기가 일제의 잔재는 아닙니다. 조선시대와 그 이전에도 세로 쓰기 썼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우종서는 일제잔재 아니에요. 무조건 갖다 붙이면 무식한 소리에요~. 한자 문화권은 다 우종서 썼어요.



이런 세로 쓰기방식은 좌우에 줄을 쳐야 보기가 좀 수월합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이런 줄치기 전통을 왼쪽부터 가로로쓰는 현재까지 고수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왕 가로쓰기를 채택했으면, 한글 문서도 가로쓰기에 맞게 잘 다듬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는 상자를 쓰지 않는 소극적인 부분이고, 적극적인 부분은 적당한 서체 개발입니다.


특히 영어로 구현하는 글자체 꾸미기(typo)에 비해 한글은 좀 빈약합니다. 장난기 어린 서체는 좀 있지만, 위엄있거나 고상해보이는 서체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헬베티카(Helvetica)를 만들어낸 스위스의 저력이 좀 부럽습니다.


한줄 요약... 쓸데 없는 상자 치치 마세요. / 사족: 글쓴이는 헬베티카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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