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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의 잡스옹, 그의 주특기중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애플이 하면 대단한 기술처럼 보이도록 하는 신공입니다. (그것도 참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가절하하는 얘긴 아닙니다.)

이번에 세계 개발자회의에서 소개한 아이클라우드(iCloud)는 애플 자체에도 새로운 기술이 아닐 뿐더러, 드랍박스(Dropbox)나 우분투원(Ubuntu one)같은 앞서 나간 주자들도 많습니다.

이들 용역의 특징은 '당신 자료를 내가 갖고 있을 테니 염려마시오'라는 점. 각종 책이나 음악, 영화를 인터넷상 모처에 저장해두고, 사용자는 이를 꺼내다 쓰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의 원형은 1996년 오라클사가 꿈꿨던 '네트워크 컴퓨터(Network Computer, 약자로 NC)'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NC는 "컴퓨터는 자체는 그냥 '자료 입출력기' 수준으로 가볍게 만들고, 실제 자료는 대용량 저장고에 넣어놓자. 회선으로 이 저장고와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자료를 꺼내다 쓰자"는 것이 기본 발상이었습니다.

오라클이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은 자료의 용량은 대용량화하는데 반해, 이를 전달하는 속도나 저장매체의 안정성이나 속도가 기술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했던 것이죠. 즉 꿈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막상 고속도로 자체가 완공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고속 인터넷이라는 고속도로가 잘 깔린 상태지요.

여기서 잠깐 오라클이 1990년대 NC를 꿈꾸면서 모은 원군의 면면을 보면 오늘날 흐름의 뿌리를 알 수 있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과 IBM이 NC의 대표적 동맹이었고, 애플도 '맥NC'라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며 그 동맹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맥NC를 만들지는 않았고, NC를 추진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애플 부활의 전기가 된 아이맥에 많이 써먹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당시 NC동맹에 참여한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에릭 슈미트란 분이 계셨지요. 이 양반은 현재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로 구글 크롬O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댓글 주신대로 4월에 물러나셨다네요.  이 분이 구글 크롬OS 개발 지시한 분이긴 합니다. 

이 구글 크롬OS의 핵심 기술에는 '당신 자료는 인터넷 모처에 고히 두고 있을 테니 염려마시오. 필요할 때마다 꺼내쓸 수 있응께'라는 바탕이 깔려 있습니다.

즉 잡스옹의 이번 발표는 구글에 대한 대결 선언 성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애플 제품군 사용자에게 자료교환의 편리를 제공하겠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시장에서는 NC를 할아버지뻘로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용역이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지요.

과거의 연합군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각자 다른 깃발을 들고 시장에서 한판 붙는 형국처럼 보입니다만...

그런데 사용자들은 과연 자신이 작성한 자료를 뭘 믿고 이들 회사에게 맡길 수 있을까요?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회사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표면적으로 하나가 아니라 몇 개의 빅 브라더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이들 회사의 서버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관과 그 뒤의 사람은 곧 빅 브라더가 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9.11사건 이후 미국내 서버 자료를 마음대로 정부 관리가 들여다 볼 수 있게한 미국 정부가 빅 브라더의 위치에 있습니다. 애플이고 구글이고 일단 미국회사이지요. 거기다가 우리 인생과 인간관계를 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미국 회사입니다.

단 서버 마음대로 들여다보기 법이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보다 한 수 더했고... 한국도 없다고 할 수 없지요.

우리의 오늘은 하나의 거대한 '메트릭스'로 통합되는 과정에 있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창조하고 있다고 믿는 우리의 미래는 지금은 몇 개의 구름조각으로 떠올랐지만 곧 거대한 태풍이 될 메트릭스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아마도 고속 무선인터넷+자료 저장고 이용권 합쳐서, 월 얼마 서비스로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을까 싶네요. 대부분이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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