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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정체를 파악할 때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읽고 또는 쓰거나 만들고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나가는 사람 손에 들린 책 제목을 보고 대강 그 사람의 성향을 미루어 생각할 수 있겠지요. 만약 그 사람이 서점에서 고르고 있는 책 제목들을 확인하거나 서재와 책상에 꽃여있는 책 제목을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성향 뿐만 아니라 향후 행동을 예측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성향 판단과 예측이 인터넷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다는 얘긴 아니고, 해커나 정보관계자에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홈페이지를 포함한 문서에는 메타태그(Meta tag) 또는 통칭 메타데이터(Metadata)가 심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동영상에는 촬영자나 촬영기기, 촬영일시와 위치 등이 메타테그로 심길 수 있습니다.


이런 메타데이터 덕택에 문자로 문자 정보가 아닌 사진이나 동영상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러면 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읽고 듣고 쓰는 자료의 메타데이터 목록을 누군가 본다면?


그 목록을 보는 누군가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의 성향을 잘 알고, 또한 우리의 다음 행동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집단 감시라고 생각해봅시다. 아마도 어느 아파트에는 감기가 확산 중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며, 시위대가 어느날 몇 명 규모로 어느 장소에 모일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합니다.


사람이 모든 메타데이터를 감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시 프로그램에 '수상한' 혹은 '주목할 만한' 메타데이터를 지정해두고 해당 사항을 몇 차례 검색하거나 내려받은 사람을 집중 조사 대상에 올릴 수도 있겠지요. 상당히 수상하다하면  전담 감시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서 성도착증환자나 간첩을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봅시다. 성도착증환자 예방을 위해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이나, 첩보소설을 작성 중인 작가도 조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조사대상에 올라간 사람들은 그냥 억울하겠지만 대의를 위해 방치해야 할까요? 그렇게 해도 좋다면 경찰국가에 찬성 한표를 던지는 것이고, 반대한다면 민주 국가에 찬성 한표라고 쉽게 생각하진 맙시다. 


양분해서 볼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성도착증환자나 간첩도 잡아야 하고, 동시에 선의의 정보검색자도 보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진짜 문제는 국가의 지도자들 께옵서는 '뭐 골치 아프게 생각하느냐'라는 메시지를 자주 주면서 '나쁜 사람 잡는데 꼭 필요하니 그렇게만 알아두셔'하는 점입니다. 필요악이더라도, 민주주의적 동의에 따른 필요악을 추구하지 않고, 그냥 믿고 '나보다 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달라고하는 절차상의 문제는 있습니다.  궁예의 관심법 같은 권한을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그냥 달라는 것이죠.

조선일보: 오바마 대통령, 정보수집 활동 변호…"안보에 불가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메타데이터 활용의 길을 열어놓으면 엄청난 단속의 열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함정 수사도 가능하죠. 그 얘기는 다음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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