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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래 전에 만든 양식으로 보입니다만, 칸칸이 표로 나눠 놓은 서류를 보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이미 인쇄물은 종이라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데 왜 테두리를 두르려 드는 것일까요?

북미주 서류양식들을 보면 신청서나 세금보고서 처럼 기입을 위한 영역 구분이 필요할 때 표를 쓰기는 하지만, 표로 서류의 전체 꼴(layout)을 짜진 않습니다. 대부분 보고서들은 내용에 따라 바탕체(고딕체, sans-serif)와 돋움체(명조체, serif) 글꼴을 섞고 칸을 띄워 구분을 합니다.

만약 서류 양식에 표로 꼴잡기를 안한다면 적어도 2~3 가지를 절약할 수 있겠죠.
첫째 표 그리기에 들이는 시간. 둘째 저장공간, 셋째 인쇄 비용.
또 서로 짝이 잘맞는 우리말 돋움체와 바탕체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표로 꼴을 짠 서식은 다양한 글나래(word processor)의 사용을 막는 요인이 됩니다.

MS 워드에서 작업한 표가 많은 서식을 오픈 오피스로 옮기면 처참하게 부서진 표를 볼겁니다.  불여우(Firefox)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서로 HTML의 해석 차이로 같은 웹사이트를 읽어와도 달리 보이듯이 서류 양식도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웹사이트들은 더 이상 <table>코드로 모양새를 짜지 않기 때문에 해석 차이로 인한 문제는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여전히 글나래들은 서로 다른 표짜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표가 있는 양식을 서로 다른 글나래에서 사용하려면 업무와 상관없이 겨우 꼴 맞추는데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 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오픈 오피스를 도입해 쓰라는 건, "표로 짠 서식을 몽땅 다시 그려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야근에 지쳐있는 상태라면 오픈 오피스 도입 의견을 낸 사람 책상 위에 올라가서 모니터를 철퇴삼아 돌리다가 충분한 가속이 붙은 오 회전 째에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 들겠지요.

결과적으로 오픈 오피스의 보급을 활성화 하려면 사실 아주 작은 것 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표로 꼴잡기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사실 최근에는 '최소표현주의(minimalism)'가 유행해서 기능에 직결되지 않는 필요없는 형식과 양식은 없애는 것이 최근 몇 년간 유행이었답니다.

*글나래는 글+나래의 합성어로 이 블로그 주인장이 world processor를 부를 때 쓰는 말입니다. 나래는 땅을 일굴 때 쓰는 농기구로, 글을 쓸 때도 농부가 애써 땅을 다듬듯 그렇게 써야 하지 않나 싶어서 이런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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